에세이

하나에 집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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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요

‘멀티태스킹’, multi와 tasking의 합성어로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많은 사람들은 이걸 잘 하길 원하고, 그럼으로 인해 다양한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컴퓨터도 하지 못하는 엄청난 기술로, 어떤 인지심리학자는 멀티태스킹이 허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cpu를 통해 연속적인 명령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cpu는 하나의 일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제 컴퓨터는 동시에 많은 일을 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요?’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빠르게 다양한 일을 처리할 뿐인 것이다.

사람이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도 cpu와 다르지 않다. 하나의 일에 집중해서 처리하고, 다른 일로 빠르게 전환하여 처리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동시다발적인 일처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어떤 일에 대해 뇌의 리소스를 100%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멀티태스킹에 취약했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일을 처리하기가 힘들었다. 학교 음악시간에 장구 치는 법을 배울 때 그 사실을 알았다.

자진모리장단

출처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6325

위 사진은 우리가 어릴적 익히 배웠던 자진모리장단이다. 왼쪽와 오른쪽을 함께, 또는 번갈아 치는 리듬의 장단인데, 왼쪽과 오른쪽을 나누어 언제 무엇을 쳐야될지 몸이 따라가질 못해 왼쪽과 오른쪽을 계속해서 같이 치는 것과 같은 실수를 많이했다. 몇 번을 그렇게 실수를 하다가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하나의 몸짓의 흐름으로 바꾸어 생각한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을 나누어 생각할 때는 해야 할 일이 두 가지였기 때문에 집중력의 전환이 빠르지 못하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의 액션으로 묶어 생각 하니 비교적 쉽게 자진모리장단을 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여러 개 보다 하나의 일을 쉽게 처리한다.(물론 나의 경험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를 뒷받침 하는 다양한 근거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사실을 보다 확장하여, 새로운 경험을 할 때 활용한다. 어떤 경험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생각한다. 이 때 그 ‘하나’는 웬만하면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익숙한 것은 특별히 사고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의 목적성을 가지게 되면 보다 쉽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주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이 테크닉은 빛을 발한다. 경험의 다양한 요소들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것을 타겟으로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것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헬스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라면,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헬스장을 간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잡다한 고민들은 사라지고 단 하나의 쉬운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뇌의 피로도를 급격히 줄여줄 수 있다. 그렇게 헬스장과 친근해지면 그것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헬스장에 도착하고 분위기에 적응하면 그 다음 할 일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테크닉은 장기적인 취미생활 뿐만 아니라 일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기획’에 관련된 서적을 보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문제를 잘 정의해라’라는 말이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얻는다’는 말 처럼, 현재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고찰해야 정확한 해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논점을 하나로 만들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러갈래로 산재되어 있던 문제점들을 하나로 모아 핵심적인 논점으로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해답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경쟁적으로 기획을 하는 경우에는 정말로 핵심적이고 유의미한 문제를 발견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을 처리함에 있어 그런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 문제가 핵심적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놈만 팬다’는 마음가짐이다. 그것이 유의미하던 그렇지 않던 하나에 집중하고 해나가면, 일에 착수하는 허들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집중력이 향상되어 성과있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다. 만약 그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일단 한 놈만 패본 뒤에 피드백하면 될 일이다. 걱정말고 한 놈만 패보자.

복세편살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뜻의 신조어다. 안그래도 복잡한 세상, 살아가는 방식까지 복잡할 필요 없다. 너무나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만만한 놈 딱 한 놈만 골라서 패보는 건 어떨까?